전위적 이미지 스타일 — 아방가르드(Avant-garde)
패션은 언제나 시대를 반영하며 진화해왔습니다.
그러나 때로는 시대를 앞서가는 아니면 아예 기존의 틀을 부수는 스타일이 등장하곤 합니다.
그 대표적인 키워드가 바로 아방가르드(Avant-garde) 입니다.
아방가르드란 무엇일까?
‘Avant-garde’는 프랑스어로 ‘전위(前衛)’라는 뜻입니다.
본래 군사 용어에서 최전방 부대를 의미했지만 예술과 패션에서는 기존의 규칙, 미적 관습을 깨고 새로운 표현을 시도하는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스타일을 지칭합니다.
아방가르드는 단순한 옷차림이 아닙니다.
때로는 옷이라기보다는 하나의 ‘메시지’이자 ‘예술작품’으로 존재합니다.
실용성보다는 형태와 개념, 충격적인 이미지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우선시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아방가르드 패션의 특징 — 상상 그 이상의 옷 |
1. 형태의 파괴와 재구성
아방가르드 패션에서 ‘형태’란 더 이상 고정된 틀이 아닙니다.
몸을 감싸는 옷이라는 기능적 정의조차도 때때로 부정됩니다.
전통적인 의복 구조인 어깨선, 허리 라인, 소매 길이 같은 규범적 실루엣을 과감하게 해체하고 그 위에 새롭게 조합된 형태를 얹습니다.
옷이 몸을 따라 흐르지 않고 오히려 몸을 뒤덮고 왜곡하고 때로는 ‘덧붙여지는 조각품’처럼 존재합니다.
기하학적이고 조형적인 볼륨은 착용자의 실루엣을 낯설고 새로운 이미지로 바꾸어 놓습니다.
인간의 신체보다 형태 그 자체의 존재감이 강조됩니다.
예를 들면 Rei Kawakubo의 Comme des Garçons 컬렉션처럼 어깨가 두 세 배로 부풀려져 사람의 윤곽이 사라지고 몸의 형태가 무엇인지조차 혼동되는 수준까지 나아갑니다.
2. 소재의 실험
아방가르드 패션에서 소재는 더 이상 천으로 제한되지 않습니다.
전통적인 패브릭을 사용하는 대신 금속, 플라스틱, PVC, 고무, 실리콘, 종이, 유리섬유, 심지어 3D 프린팅 합성소재까지 활용됩니다.
소재는 실용성을 고려하기보다는 촉감, 형태, 구조, 소리, 빛의 반사까지 계산된 ‘오브제’로서 다뤄집니다.
익숙한 면이나 울조차도 가공 방식을 통해 형태 기억 소재처럼 딱딱하거나 주름을 고정하거나 또는 광택을 입혀 의외의 시각적 효과를 줍니다.
예를 들어 Iris van Herpen은 하이테크 소재를 이용해 바람을 형상화한 옷 혹은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구조물을 3D 프린팅으로 구현합니다.
이처럼 소재는 옷의 존재감을 넘어 하나의 조형 언어가 됩니다.
3. 개념 중심의 디자인
아방가르드 패션은 옷을 통한 ‘표현’보다는 옷을 통한 ‘질문’을 던집니다.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사고의 주제입니다.
사회적 이슈, 인종, 젠더, 정치, 환경 같은 개념적 메시지가 실루엣과 소재, 컬러, 연출 전반에 반영됩니다.
옷은 입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현실을 재해석하게 만드는 시각적 언어입니다.
옷을 통해 ‘우리는 왜 이런 형태의 옷을 입어야만 하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거나
몸이라는 경계조차 해체하며 정체성과 존재,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4. 시각적 충격과 감정의 환기
아방가르드 패션은 단순히 ‘예쁜 옷’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시선을 멈추게 하고, 생각을 시작하게 만드는 옷을 지향합니다.
일상적인 미적 기준에서 벗어나 ‘기괴함’, ‘불균형’, ‘과장’, ‘왜곡’ 등으로 보는 이의 감각을 자극하며 때로는 불편함과 거부감을 유발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옷은 단순한 패션 아이템이 아닌 예술적 도발의 도구로서 역할을 완성합니다.
관람자 혹은 착용자는 자연스럽게 자문하게 됩니다.
“이것은 옷인가? 예술인가? 사회적 메시지인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아방가르드 패션은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 개념을 입는 사람들 |
1. Rei Kawakubo — Comme des Garçons
"옷을 디자인하지 않는다. 형태를 만든다."
Rei Kawakubo는 아방가르드 패션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패션계에서 ‘안티패션(anti-fashion)’을 선언하며 옷이 반드시 몸을 아름답게 보여줘야 한다는 규범을 무너뜨렸습니다.
특히 1997년 컬렉션 ‘Body Meets Dress, Dress Meets Body’에서는 과장된 볼륨, 인체를 왜곡하는 실루엣으로 충격을 줬습니다.
옷은 더 이상 몸을 꾸미는 것이 아니라 몸의 형태를 재정의하는 구조물이 되었죠.
그녀의 디자인은 ‘옷’이라는 개념을 넘어, 인간, 사회,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하나의 조형 예술입니다.
낡은 미적 기준을 거부하고 비정형적 형태와 어두운 색조, 해체된 재단을 통해 ‘완성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보여줍니다.
2. Yohji Yamamoto — 검은 선율의 철학자
"나는 패션으로 여백을 그리고 옷으로 침묵을 디자인한다."
Yohji Yamamoto는 아방가르드 패션을 미니멀리즘과 철학적 시선으로 해석한 디자이너입니다.
그의 옷은 마치 그림자처럼 검은 색조와 느슨한 실루엣으로 몸을 감싸며 형태와 공간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해체적 패턴과 비대칭적 재단을 통해 사람의 몸이 가진 구조적 아름다움을 감추는 동시에 움직임 속에서 옷의 형태가 끊임없이 변형됩니다.
옷은 그저 ‘정지된 패션’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함께 품는 존재가 되죠.
Yohji Yamamoto는 ‘의복’과 ‘예술’,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패션을 통해 인간의 존재와 자유 그리고 불완전함의 아름다움을 탐구합니다.
3. Iris van Herpen —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건축가
"패션은 몸을 확장하는 조형 예술이다."
Iris van Herpen은 아방가르드 패션을 디지털 기술, 과학적 사고, 유기적 형태로 확장시킨 대표적 인물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옷이라는 물성을 넘어 하나의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보이는 3D 아트웍입니다.
3D 프린팅, 레이저 컷팅, 자성섬유, 유리섬유 같은 첨단 소재를 사용해 전통적인 봉제 방식을 넘어선 하이브리드 패션을 선보입니다.
그녀의 옷을 보면 물리적인 고정관념을 깨고 자연과 과학, 그리고 인간의 몸을 융합한 미래적 실루엣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컬렉션인 ‘Hypnosis’, ‘Shift Souls’, ‘Sensory Seas’는 패션쇼를 넘어 하나의 몰입형 전시처럼 느껴질 만큼 시각적 충격을 줍니다.
그녀는 패션과 예술을 기술과 감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21세기형 아방가르드 디자이너입니다.
이처럼 아방가르드 패션은 디자이너 개개인의 철학과 시선이 고스란히 형태로 드러나는 예술 행위입니다.
그들의 옷은 옷장에서 시작되어 전시관에서 완성되고 거리보다는 무대 위에서 더 강렬하게 살아 숨 쉬죠.
패션을 '입는다'는 개념에서 '경험한다'는 개념으로 바꾸는 디자이너들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는 순간 옷을 보는 시야 또한 완전히 달라집니다.
아방가르드 스타일은 단순히 옷을 잘 입었다는 평가보다 옷을 통해 생각을 말하는 행위에 가깝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난해하고 불편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질문이며 문화적 도전입니다.
패션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면 아방가르드는 그 거울을 깨고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는 창입니다.
그래서 전위적 이미지 스타일을 논할 때 아방가르드는 언제나 중심에 서 있습니다.
트렌드보다 개념을 중요시하는 아방가르드 패션.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라도 패션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고 고정관념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 힘은 분명 특별합니다.
당신이 입는 옷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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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스타일, #패션, #아방가르드,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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